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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두근 두근 내 인생

저자
김애란 지음
출판사
창비 | 2011-06-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두근두근 이 여름, 가슴 벅찬 사랑이 시작된다!청춘의 가슴 벅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연초에 책 몇권 읽어보자는 생각에 교보에서 김애란 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이 소설을 집었다. 김애란씨는 달려라 아비에서 짧은 호흡의 문체와 위트있는 내용들때문에 순식간에 읽어버린 기억이 있다. 나같이 책 천천히 읽고 지루하면 금방 잠들어버리는 사람에게 딱 맞는 스타일이랄까. 서두가 길었는데, 이 책도 비슷한 호흡과 내용 덕분에 쉽게 읽었다. 찌질한 아버지상과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한 자녀상은 여전히 이전 작품과 비슷했다.

제목 두근두근 내 인생. 우리는 얼마나 삶이 더 설레고 두근 거릴 수 있을까. 시한부인생 조로증에 걸린 주인공 아름이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다 알아버려서 마치 노인들이 더 이상 삶에 대해 두근거림과 설렘이 없었다. 그러다 그에게 불어오는 처음이자 마지막 두근거림... 이 두근거림이 시작되는 즈음에 아름이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약간은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결말과 꼭 이렇게 슬프게만 끝나야 하는가라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게도 던져봄직한 재밌는 질문거리와 설레게 하는 구절을 정리해본다.

 

평범한 삶에 우리가 잊고 있는 기적에 관하여...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산 것이 기적이라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 중 열일곱을 넘긴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시트콤 뺨치는 개그 넘치는 장면

(촬영중인 아름이네 집에 불쑥 방문하여 방송국 사람들에게)

"아름이 쟤는 아주 나쁜 아이입니다."

"네?"

우리는 한 번 더 장씨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왜요?"

"쟤는 저를 무슨 동네 형 대하듯 하거든요. 집에서 아주 버릇없이 키운 게 틀림없습니다. 지가 무슨 진짜 내 또래인 줄 알아요."

작가누나가 예의상, 진짜 예의상 한번 더 물었다. 대충 받아주고 어서 끝내려는 것 같았다.

"아름이가 정말 할아버지를 형저럼 대하나요?"

할아버지가 어이없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답했다.

"네."

"그럼 할아버지는 아름이를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러자 장씨 할아버지는 새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쑥스러워하면 한마디 했다.

"친구요......."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누구도 본인의 어린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특히 서너살 이전의 경험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는 거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거다.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면 세 살 무렵부터 늙기 시작한 아기를 가진 우리 부모님은 나를 통해 무엇을 보았을까......

 

까꿍하면서 이별하기

'.... 어릴 때 나는 까꿍놀이라는 걸 좋아했대. 아버지가 문뒤에서 '까꿍!'하고 나타나면 더 크게 또 웃었다나봐. 그런데 어느책에서 보니까, 그건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기억을 저장하는 거라더라. 그런걸 배워야 알 수 있다니...

그러니 당분간 내가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까꿍'하고 짓궃게 사라진다 해도, 어릴 때 우리가 애써 배운 것들을 잊지 말아줄래? 그 사이 나는 네게 들려줄 얘기들을 계속 모아두고 있을게. 그리고 언제고 너의 행운을 빌게. 그럼 또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