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했을 때도 나는 이성적이고 충동을 절제하며 삶을 산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어제 밤 회사 선배 K가 자기네 집에 놀러 오라고 카톡 메시지가 왔을 때도 평소의 나의 모습 이었다.
선배 K와 카톡으로 주고받던 내용
선배 K : 놀러와라 먹을거 사들고
나 : 지금요?
선배 K : 놀자. 통닭사들고 Kfc basket
나 : 갑니다 저ㅋㅋ (솔직히 그냥 던저 본 말이었다...)
선배 K : 어 기다리고 있을게
.... 중략
나 : 주무시져ㅎㅅㅅ 졸려요
선배 K : 그럴줄 알았어. 유는 충동적인거 안한데 와이프가.
여친이 밤에택시타고 오라고 해도 안갈거라고하네
나 : ㅋㅋ 치킨 사가는게 귀찮음
선배 K : 좌는 머리로만 생각한데.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데
... 중략
나 : 저 가는중 (진짜 집에서 나가고 있기는 했다...)
아무튼 그 순간 "지금 놀러갔을 때 즐거움 vs. 내일 아침의 피곤함" 간의 부등식을 계산하느라 내 머릿속 CPU를 Full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내린 결론.
'내일 아침 강남에 학원도 가야 하고, 지금 가면 새벽 2, 3시는 될텐데... 형수가 싫어할꺼고... 오늘만 날이냐 다음에 가자!'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리 나이긴 하지만 참 이성적이다.
평소 좋아하는 선배 부부고, 집에도 한번 가보고 싶었고, 차로 10분거리에 있는데 못 갈것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선배의 도발성 발언에, 어느 순간 그런 내 모습을 벗어나 뭔가 충동적인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비오는 날 자정에 치킨을 사들고 선배네 집에 찾아갔다. 선배네 부부는 내가 안 올줄 알고 불끄고 자기 직전이었다며 깜짝 놀라했다. 딱히 그 시간에 할 것은 없었지만 근처에 사는 동기형도 불러서, 선배네 부부, 나, 동기형 이렇게 네명이서 이것저것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2시에 집에 들어왔다. 내 이성이 예상했던 시간이다.
밤에 치킨 먹어서 살찌고, 늦은 시간에 들어와서 오늘 아침 학원 수업이 좀 힘들긴 했지만, 우리 네사람 사이에 나중에 두고두고 이야기할 추억이 생긴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이 서른이 될때까지 나는 너무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모든 일, 일상, 심지어 노는 것 까지 어느 선까지만 빠져들고, 갑작스럽게 무엇을 결정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예측 가능한 삶이랄까... 형수가 나를 안지 1년도 안되는데 나를 그렇게 봤다는 건 뭐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늘 충동적인 삶을 사는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내 머리보다도 마음을 따르는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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