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가이기도 했던 존 레논이 부른 "Imagine". 누구나 적어도 멜로디는 한번씩 들어봤음직한 곡이다. 최근 김연아 선수가 갈라쇼 곡으로 에이브릴라빈 버전의 이 곡을 선택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가사는 더욱 심금을 울린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언젠가 이 가사를 곱씹다 잠시 얼얼해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상상들은 아주 단순하지만 보통 잘 잊혀지곤 하는 한 명제로부터 시작한다. "나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환경과 기회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깨끗한 물, 정당한 노동과 보수, 교육의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그를 가지게 된다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물론 행복의 정의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삶을 윤택하게 영위하는데 필요한 무언가가 부족하여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전제하자). 구글이 공개한 룬 프로젝트(Project Loon)의 문제의식 역시 이런 것이었다. 가사로 불러보자면 이쯤 되지 않을까. "Imagine all the people surfing web everywhere freely!"
룬프로젝트 첫 테스트 장면
일상이 스마트폰이고, 매일 접하는 포털이 공기와도 같은 우리에게 인터넷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룬 프로젝트 팀에 따르면, 사실은 세계 인구의 2/3는 우리가 흔히 글로벌커뮤니티라고 부르는 웹 세상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망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 많은 탓이다. 인터넷이 있다면 인프라가 부족하고 정보에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이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도, 의사가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원격 진료를 받을 수도, 농작물을 성공적으로 수확하는 팁을 얻을 수도,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투자를 받아 1인사업을 시작,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스레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비록 그들 지역에 들어가 땅 밑에 케이블을 설치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하늘에 공유기 역할을 할 수 있는 풍선을 띄우자는 아이디어가 구글의 비밀연구소로 알려진 구글엑스(Google X)에서 시작됐다(참고로 구글엑스에서 나온 또 다른 대표적 프로젝트로는 구글글래스(Google glass)가 있다).
기술적인 설명을 잠깐 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 비행기가 나는 고도의 두배 높이(20km)인 성층권에 어느 정도 움직임을 컨트롤할 수 있는 풍선을 띄운다. 이때 풍선은 안팎의 기압차이를 견딜 수 있게 고안된 특수한(그리고 생각보다 큰 지름 15m의) 풍선이다. 풍선 아래에는 동력 역할을 할 태양열판과 컨트롤 시스템, 풍선 간 네트워킹을 위한 전파 안테나 등이 달려있다. 띄워진 풍선은 일정 수준의 높이를 벗어나지 않고 성층권의 바람을 따라 안정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많은 풍선이 대기에 퍼졌을 때, 지상의 허브와 풍선, 그리고 풍선 간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사람들은 구글맵스의 붉은 핀 모양을 한 인터넷 안테나를 건물에 설치해놓으면 풍선에서 오는 시그널을 받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팀에 따르면 3G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실제 파일럿 테스트가 6월에 뉴질랜드에서 있었고, 30개의 풍선이 상공을 날아 주변지역 50개 테스터들이 15분동안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미쳤다고 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것이다.
풍선으로부터 시그널을 받아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안테나
부정적인 의견들도 많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구글의 수익모델은 검색광고이다. 인터넷(즉, 구글) 접속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이런 프로젝트가 그들이 선포한 것처럼 순수한 의미로만 받아들여지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또한, 인터넷 보급이 된다 해도 그것을 사용할만한 기기가 보급되지 않은 곳은 소용이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 정보격차(digital divide)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100달러짜리 노트북 XO-1 개발이라든지 중고핸드폰 지원과 같은 노력이 지속적으로 병행될 수는 있지만 좀더 현실적인 웹평등이 이뤄지려면 기기의 보다 저렴한 가격 책정과 제조와 개발의 현지화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혹자는 룬 프로젝트가 닥친 문제가 기술이 아닌 외려 정치라는 이야기를 한다. 각 국가는 자신의 전파 스펙트럼(radio spectrum)을 각기 엄격하게 규제하며 사용하고 있어, 국경 없이 떠돌아야 할 풍선은 그가 지나는 모든 국가들로부터 같은 종류의 주파대를 사용하겠다는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나아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구글이 전 세계의 ISP(Internet Service Provider)가 되어 접속방식, 요금부과, 접근허용 여부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더 부정적인 상상을 해보자면, 경쟁하는 국가들, 또는 시민과 대립하는 정부 중에는 인터넷 접근성의 증가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많은 장애물과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룬 프로젝트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다양한 동기(나의 만족을 위한, 기업의 이익을 위한, 혹은 인류를 위한)에서 발로한 누군가의 "정신나간 행동"에서 시작되어 왔다.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토론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프로젝트가 계속적으로 발전해 간다면, 이들의 도전과 성취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혁신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소외된 지역에 인터넷을 연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현실화하고 있는 룬 프로젝트처럼 우리도 안될 것 같아 지레 포기하거나 현실적인 걱정만 하지 말고 꿈꾸던 이상에 도전해보자. 앞서 늘어놓은 장애물들은 잠시 잊고 생각해보면, 우선 이들의 첫 출발이 얼마나 쿨하고 멋진가 말이다(물론 구글은 이상이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을 정도의 많은 돈을 가지긴 했다).
Images courtesy of Project Loon(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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