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하루/MBA 준비기

LBS, IESE MBA 방문 후 느낀 점 - IESE 편

지난주 아주 짧은 기간동안 런던과 바르셀로나에 있는 LBS, IESE에 다녀왔다. 비행기에서 조금쓰고,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일단 간단하게나마 포스팅했고, 오늘 주일에 약간 더 정리해서 최종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번 포스팅은 IESE 및 MBA 관련된 전반적 이야기이다. 

내가 11/15, 16일간 참여했던 Open Day와 Assessment Day 를 바탕으로 작성할 글이므로, 잘못된 내용도 있을 수 있고, 재학생/졸업생분들이 아는 사실과는 다를 수도 있다.


유럽 MBA, 심지어 스페인 MBA ?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문화와 경제에 지나치게 치중해 있다. 한국전쟁 후, 미국에 원조와 영향을 많이 받아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럴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학교나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미국에 탑스쿨은 그야말로 월드 탑스쿨로 아무런 의심없이 간주되는게 사실이다. 물론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 유럽의 석학들이 미국으로 넘어갔고, 돈이 있는 곳에 투자와 연구가 있기에 미국에서 MBA나 학문을 이끄는 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그저 대학교때 배낭 여행지로만 생각하는 유럽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 자긍심을 갖고 세계의 다른 축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일례로 미국에서 공부했던 유럽인들은 자국으로 돌아와 MBA를 세우기 시작했고, 스페인의 IESE도 50년 전 하버드 MBA의 도움을 받아 세워졌다. 그런데 나, 한국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 30대 아저씨는 역시 미국적 마인드가 뿌리깊게 박혀있었고, 스페인과 같이 왠지 관광과 더운 기후로 유명한 나라를 경시하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IESE와 스페인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지만, 다녀와서 내 생각이 크게 잘못 됐다는 것을 느꼈다.


1. 뛰어난 시설, 학교의 투자

우선 IESE의 학교 시설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 왜냐하면 학교가 얼마나 투자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본다 - 이곳에 처음 방문한 누구든지 첫 느낌은 정말 부자 동네에 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학교는 우리로 치면 평창동이나 성북동 같은 부촌 가장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조용하고 집들이 다 담이 엄청 높다. 메시 집도 근처에 있다는... 그리고 겉으로는 작은 캠퍼스같이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보면 정말 학교가 많은 투자를 해서 설립되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텔같이 서빙되는 식당, 최신식 강의실, 대강연장, 스터디룸 등등. 비록 종합캠퍼스같은 거대함은 없었지만, 좁은 곳에서 정말 내실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원자들을 직접 초청해서 이틀간 하루 종일 학교 소개와 토론 면접을 진행한다는 것은 학교가 정말 충실히 이 프로그램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IESE 학교 홈페이지에도 항상 나오는, 50년전 첫 MBA 강의를 시작했다는 건물. 


2. International, Diversity 학생 구성의 매력

이번 trip에서 이것저것 재밌고 좋은 일도 많았지만, 가장 큰 takeaway는 아마도 내가 정말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구나 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특히 IESE 집단토론면접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정말 똑똑하고 인터내셔널했다. 스페인 학교라고 약간은 낮게 보고 갔는데 전혀 그럴게 아니었다. 내가 우리가 삼성을 다니는게 어떻게 보면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이런 회사 브랜드 네임마저 없으면 내가 애네들하고 1:1로 붙어서는 절대로 이길수 없겠다는 걸 느꼈다.

우선 인터내셔널 경험에서 밀린다는 느낌. 보통 우리는 한국에서 교환학생 좀 다녀오고, 해외여행 여러군데 매해 다니고, 남자는 카투사 쯤하면 국제적인 경험과 소양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는거 같다. 그런데 IESE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3개국어를 네이티브처럼 하는 애들이 많았고, 그냥 1~2년 잠깐 해외에서 산 수준이 아니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아르헨티나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가 있고, 어린시절은 아르헨티나에서 자라서 스페인어를 하고, 커서는 독일에서 학교를 다녀서 독어도 잘 한다. 일은 런던에서 하고 있어서 영어도 잘 한다. 그래서 자기가 정확하게 어디 나라 사람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고 한다. 비록 하루의 경험이기 때문에 단정짓기는 힘들겠지만, 그런 다양한 국가에서 산 경험이 그들 삶에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면서 살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었고, 그런면에서 한국이나 일본, 미국도 마찬가지일 듯, 애들은 정말로 한 나라에서 단편적으로 자란 경우가 많은거 같다. 난 이번 경험으로 유럽인이라는게 매우 부럽게 느껴졌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다양한 애들이 모여서 정말 다 제 각기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이야기 한다. 가끔은 너무 자기 이야기만 해서 짜증이 날때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 의견이 조율하는 능력을 배운다면 정말 나에게는 큰 자산이 아닐까 싶다.

3. 영어, 영어, 영어...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자극 받은건 내가 영어에서 너무 밀린다는 느낌. 특히 독일애들은 정말 똑똑한데 영어마저도 잘한다. 스페인애들도 발음이 액센트가 있어서 그렇지 영어 잘 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남아공 애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러고 보니 영어 가장 못하는 애들은 일본과 한국 아시아 사람들이었다. 토론 수업에서 애들이 하는 이야기의 스피드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토플 리스닝이나 하면서 시간 보내는게 얼마나 허무하게 느껴졌는지. 정말 걱정이다. 어느 학교를 가게 되더라도 남은 7개월동안 내 영어가 일취월장하지 않을텐데... 이걸 어떻게 극복할수 있을지. 아마도 학교에 입학해서 멘붕의 몇개월을 보낼게 눈에 선하다. 수업이 끝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일본애들이랑 친해지는 이 알수 없는 묘한 상황.


결론적으로, IESE 는 아주 좋은 학교였다.

MBA 의 태생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적인 커리큘럼 냄새가 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MBA는 단순한 강의실 수업을 듣는게 아니라, 사람과의 네트워킹이 중요하고, 그 도시와 지역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ESE에서 공부한다면, 바르셀로나의 친절한 사람들, 메시의 축구 경기를 매주 보고, 가우디의 건축물이 놓인 도시를 조깅하러 다니고. 스페인 요리를 먹으며, 방학 때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삶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너무 노는 이야기만 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MBA도 삶이라고 생각한다. 런던, 프랑스, 스위스에 있는 MBA 모두들 이런 특징이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 돌아와서 좋은 job을 구하고 싶다면 미국 MBA를 현실적으로 추천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유럽 MBA와 미국 MBA를 1:1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싶다. 단순한 Key Performance Indicator로 MBA를 보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그 둘은 그저 다를 뿐이다. 많은 MBA 지원자들이 이런 걸 생각하고 지원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같이 살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내가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는다.

이번 trip에서 무거움과 부담감이 있기도 하지만 한없는 즐거움, 설렘, 기대감도 느껴진다. Outside of comfort zone 하는 것. 나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또 다른 기회일 것이기에 분명 좋은 일이겠지. 이렇게 또 자기 주문을 걸어본다.


학교 옥상에서 찍은 사진. 바르셀로나 시내를 너머 바로 보이는 지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