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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일상

2008년의 나

2008년 마지막 날에 이글루스 블로그를 처음 개설하면서 썼던 글... 대학교 4학년 때다.
오래전 나를 다시 만난다는 느낌이 새롭다.


버림과 시작
2008-12-31 00:28:00

나는 글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글과 사진이 있다. 하지만 현란한 수식어가 가득한 글보다는 짧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좋아하고, 완벽한 노출과 색감으로 찍힌 사진보다는 흔들렸어도 사진 찍은 사람의 애정이 담긴 사진을 좋아한다.
싸이월드를 시작한게 생각해보니 대학교를 입학하면서 부터였다. 어릴 때는 머리에 든게 없어서 쓸 거리도 없었고, 그저 손가락으로 V를 만드며 사진 찍는게 좋아서 그런 사진들을 미니홈피에 올리는게 좋았다. - 물론 그 사진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왔다가 가는 게 싫었다. 그 불특정 다수에게 왠지 모르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생겼다. 그리고 사진 크기가 400px로 제한되는게 싫었다. 나는 주로 풍경이나 사물을 찍는 걸 좋아하는데, 풍경 사진은 특히 사진이 작아지면 맛이 안 난다. 마지막으로 싸이에서 글을 쓸 때마다 내 뇌속에 A4용지를 확 줄여버리는 듯한 작은 글 쓰기 창은 내 생각의 폭을 확 좁혀 버린다. 그 창 안에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마치 휴대폰 문자를 보낼때 80바이트로 제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동시에 받아서 항상 글을 짧고 압축적으로 써야 하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되었다.

이제 버릴 때가 된 것이다. 한 집에서 오래 살면 짐이 많아져서 점점 그 집이
갑갑하게 느껴지듯이, 이제 내가 원하는 글을 조금 더 편하게 쓸 만한 공간을 찾았고, 그곳이 바로 이 곳이다.

아마 이 곳도 언젠가는 나의 변덕에 의해서 버려지겠지만, 결론를 미리 생각
하고 현재를 사는 것은 절대 내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블로그의 타이틀 처럼 지금 글 쓰는 오늘과 이 순간에 즐겨야겠다. 버림으로서 시작한다는 것.
08년 마지막 날에 적절한 것 같다.

음악은 빈필하모닉이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한 피치카토 폴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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