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떠났던 혁이형과 12월에 잠깐 국회 카페에서 변과 함께 만났다. 다들 결혼하고 취업하기 전에는 분기에 한번을 만났을 정도로 자주 보던 사이였는데, 이제는 카톡이 아니면 연락하기가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주에 변을 2번이나 보기는 했다.
혁이형은 겉으로는 레슬러 같은 체격과 아우라를 풍기지만, 속으로는 잔정이 많은 사람이라 역시나 한사람 한사람 선물을 준비해놨다. 부지런한 사람이어야 가능한거 같다.
혁이형은 결혼하고 아기를 난 써전팍에게는 아이와 같이 입을 수 있는 커플 티셔츠를 줬는데. 나름 또 의미가 있는게, 써전팍이 예전에 잠시 복싱을 배웠다고 전설의 복서 무하메드 알리의 기념관에서 티셔츠를 사줬다. 그리고 써전팍의 야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한권의 양서를 매우 은밀히 포장하여 선물을 전달했다.
나에게는 하얀색 봉투에 담긴 선물을 하나 건냈는데, 절대로절대로 영국 도착하기전까지는 열어보지 말라고 신신 당부 했다. 봉투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해서 형광등에 비춰보고 했는데, 역시 이 사람은 잔정도 많지만 세심하기 까지도 해서 하얀색 종이로 안에 내용물을 한번 더 감싸서 도저히 보이지 않게 해놨다. 결국 나는 막상 내 선물에 대해서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두시간 정도 해외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서양인들의 일과 가족이 조화된 여유로운 삶에 대해서 한창 토론을 하고 형이랑 헤어졌다.
집에 와서 선물이 너무 궁금해서 흔들어보고 별짓을 다했지만 결국 포장을 뜯지는 않았다. 그런데... 1달이 넘게 지나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포장을 뜯고 제목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식객 경기도편... 영국 가서 짐을 풀고 침대에 앉아 그때야 이걸 보게 되면 군침만 잔뜩 흘리고, 배를 굶주리면서 허접한 한인 식당으로 향했겠지... 혁이형은 결국 나를 멋지게 한방 먹이려고 했던거다. 미국에서 몇년간 살았기에, 그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에만 줄수 있는 선물. 참 별거 아닌 선물인데, 형의 잔인함과 센스가 느껴졌다.
형의 의도는 실패했지만 책에 나온 의정부 (or 송탄) 부대찌개, 남양주의 백김치를 가기전에 꼭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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