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토요일. 윤종신 선배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윤종신을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게 고등학교 때가 아닌가 싶다. 수업시간에 영어 선생님은 그가 조용한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오래전그날'의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의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시작하는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참 좋았었다. 오늘 콘서트에서 그의 옛 노래들을 들을 때는 약간은 다른 면에서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고 호소력있게 솔직하게 들렸지만, 노래 가사 한마디 한마디를 대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많이 바뀐 것에 놀라면서도 내가 나이를 헛 먹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이후 10여년만에 다시 돌이켜본 윤종신의 노래를 통해 지난 사랑들을 돌이켰고, 그때 그때 참 견디기 힘들었던 이별의 마음이 이제는 눈이 땅에 닿아 녹아 사라지듯 차분히 정리되었다. 그래서 비록 콘서트를 보면서 옛 사랑들의 아련한 마음과 조우했지만....
콘서트 이야기만 하자면, 작년 연말 콘서트를 다녀온 지인들의 걱정과는 달리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발라드에서부터 최근 신나는 노래까지 2시간 반동안 열창하는 그를 보느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딴 이야기이긴 하지만, 재밌는 건 윤종신이 최근 예능에 많이 나와서 젊은 관객들이 많았고 (그들은 옛날 노래는 잘 모르는것 같았다.), 남자들끼리/여자들끼리 온 관객들도 많았다. (그들은 이별/재회에 관련된 노래에서 탄식과 눈물을 자아내는것 같았다.)
윤종신의 사랑이야기, 노래에 담긴 사연, 그리고 가수로서의 고민들을 노래와 함께 풀어 나갔고. 마지막 고속도로 로망스로 모두를 열광으로 몰아넣고 공연은 끝났다. 노래는 CD로 들으면 더 좋다는 부모님의 지론과 달리, 역시 콘서트에 오길 잘했다. 행복한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나섰고, 12월의 겨울밤 공기는 상쾌했다.
* 오늘 불렀던 노래 List *
길
환생
너의 결혼식
부디
오래전 그날
You are so beautiful
본능적으로
막걸리나
? (이 노래를 모르겠다..)
텅빈거리에서
1월부터 6월까지 (015B '11.6월 곡)
배웅
애니
모처럼
잘했어요
친구와 연인
팥빙수
너에게 간다
이별의 온도
나이
그대없이는 못 살아
몬스터 (앵콜)
고속도로 로망스 (앵콜)
오늘 처음 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곡으로 '1월부터 6월까지'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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