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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일상

나와 가장 가까운 두 사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 있는데, 엄마와 외할아버지이다.엄마는 아빠와 함께 정신적으로 나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고 정말 30년 넘는 세월을 내 뒷바라지만 하신 분으로서 가깝지 않을래야 가깝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외할아버지는 내 방 건너편 방에서 주무시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나와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 힘들어 한다.


할아버지는 이제 기력이 다하셨는지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고, 계속 화장실에만 앉아있고 알수없는 신음 소리만 힘들게 내신다. 이미 우리 집에 오셨던 3년 전부터 혼자 거동을 못하셨기 때문에 현재 할아버지의 상태가 매우 새롭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내 생활이 매우 힘들어지고 있다. 매우 유치하고 이기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회사나 학원 갔다가 밤에 들어오면 바로 씻고 자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현관문 소리만 들리면 할아버지는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신다. 할아버지가 화장실에 30분넘게 앉아계시면 나도 아무것도 제대로 못한 채 기다려야 한다. 씻고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해도 할아버지가 끙끙거리고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시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도 요즘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힘든건 할아버지가 엄마를 매우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일단 식사 잘  안하고 시키는 것 제대로 안 하시는게 문제고, 그런 할아버지때문에 엄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사실 같은 가족이기는 하지만 할아버지, 엄마, 나의 입장은 이렇게 다르다. 엄마는 당신의 아버지가 아프니 힘들고,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할아버지가 마냥 좋을 수는 없다. 더욱이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인생 전체를 두고 봤을 때, 할아버지는 엄마에게 딱히 잘해준 것도 없다. 나도 할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솔직히 어떤 정을 느낄 수도 없다. 내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비겁하게 방어하자면, 그래도 제주도에 계신 친할머니에게는 나는 무한한 정을 느낀다.


아침부터 할아버지때문에 어쩔줄 몰라하고 패닉에 빠져있는 엄마한테 나는 아침을 먹으면서 할아버지 원래 저러신지 며칠 됐으니까 걱정 말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빠는 너에게는 할아버지이지만 엄마에게는 아빠이기때문에 걱정 안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의사들이 왜 환자들이 오면 그렇게 기계적으로 대할수 밖에 없는지도 이야기를 하셨다. 결국 점점 멀수록 걱정과 애정은 떨어지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내가 내 자식을 낳으면 내 자식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다. 내 자식이 우리 부모님을 내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매우 서운할 것 같다. 이건 가정사가 빚어낸 비극이야! 나는 그런 비인간적인 사람이 아니야! 라고 하고 넘기기에는 슬프고 안타까운 것 같다. 하지만 지금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 이제와서 거의 대화도 불가능한 할아버지와 내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정을 쌓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결국 엄마를 위해서나 할아버지를 위해서, 나는 할아버지가 크게 아프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가셨으면 한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좋으신 때에 데려가실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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