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일상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라고 하면 죽음이 아닐까 싶다. 건너편 방에 계신 외할아버지의 기력은 다해가고, 식사도 거의 못하시는 수준이 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친척들이 우리 집에 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간다. 제주도에서 대구에서 안성에서... 전국 각지에 있던 외가 친척들이 다녀가고 있다. 그래서 간만에 집이 복작거린다. 내가 하는 일은 비록 어른들 오시면 인사드리고, 어른들 이야기할 때 애들 놀아주고 하는 일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초등학생 이후로 이처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게 처음이라서 약간은 우울하고 신경쓸게 많은 것 같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엄마는 당신의 아빠가 돌아가시는 것이니 나보다 훨씬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할아버지의 임종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어 하신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죽으면 어디에 묻히는지, 천국 갈 수 있겠지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엄마가 너무 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걱정이 된다. 난 솔직히 할아버지가 참 축복받은 마지막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좀 의연해지자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비록 할아버지의 육체는 한없이 초라해졌지만, 오랜 믿음 생활로 영혼은 구원을 받았고, 자식들은 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고, 본인의 딸 집에서 크게 아프신 곳 없이 조용히 돌아가시니 참 그래도 인생의 좋은 마지막을 보내신다고 생각한다. 특히 할아버지 영혼이 구원을 받을 거라는 점은 무엇보다도 위안이 된다.
올해 초 알수없는 병때문에 아프면서 정말 사람이 죽는 건 쉬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주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내가 알수도 없는 병때문에 40도의 고열과 오한을 오가면서 온몸이 멈출 수 없이 떨리고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몸의 변화들을 겪으면서 사람이 이처럼 하찮고 나약하다는 걸 느꼈다.
죽음에 관한 여러가지 명언들이 있지만, 스티브 잡스가 했던 죽음은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이야기가 그때 진실로 가슴에 와닿게 느껴졌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돈, 명예, 승진? 그 때 크게 아프면서 그런 것들이 죽음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막연하게 그냥 막연하게 행복이라는 단어로 내 삶의 목적이 정해졌다.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아직 내 인생의 행복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게 꿈이고, 회사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고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기업을 이끌고 싶고, 사회적으로는 더 많은 이들이 지식과 정보의 부족때문에 가난이 세습되는 것을 막고 싶다. 그래서 내 에세이에 쓰기에는 부끄럽지만 이런 막연하고 도덕책에 나올 것 같은 이유때문에 MBA에 가고 싶다. 네트워킹, 경영학에 대한 갈증 이런 것보다도... MBA가 나의 이런 행복을 더 빨리 이뤄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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