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식 우리 회사에 입사한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입사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 하면서, 내 삶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사원때 구미 공장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공장 실습을 한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리더의 책임감,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고 내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준다.
아래는 예전에 내가 구미 공장에서 일할 때 남겼던 블로그 글들...
기업 (2009-02-10 00:03:14)
회사 연수 과정 중 하나로서 삼성 전자의 구미 공단에 다녀왔다. 면접 보러 다녀온 이후로 2 번째이다.평생 한번도 안 가본 곳을근 반년사이에회사때문에 2번이나 가다니... 아무튼 버스를 타고수원에서도 3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는 구미 사업장은 삼성전자 핸드폰의 연간 생산량 중 30%인 7천만대를 생산 하는 곳이라고 한다. 1년 매출이 핸드폰으로만 수십조원이라고 하고, 이 산업으로 먹고 사는 가정이 50만 가구라고하니 정말 제조업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는 것은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 베트남이나 인도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니 약간은 씁쓸하기도 하다. 공장이 다 이사가면, 그일로 먹고 살던 가정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부장님이 구미의 좋은 점을 소개 하는데, 금오산도립공원과 시민문화센터, 아파트... 이런거 사진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 애들이 서울 출신들이라 정말 관심 zero였다. 차라리 기숙사에서 살아서 돈을 절약해서 좋은 점 같이실용적인 이점을 설명해줬음 조금 낫지 않았을까 한다. 암튼 아무리 이곳이 살기좋다고 하더라도, 서울에서 만20년 넘게 산 나로서는 솔직히 절대 가서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황량한곳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실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드디스크 제조공장을 구경해서 좀 아쉽긴 했지만, 아무튼 내가 예상하던 거대하고 쿵쾅거리는 공장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정말 사무실같고, 깨끗하고, 아담한 사이즈의 공장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안에서 일하는 여자직원들 (대부분 고졸이나 전문대졸)은 온몸을 감싼 하얀 방진복을 입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계에 부품을 반복적으로 올려놓았다. 하루 종일 평생을 그 일만한다니 측은한 마음도 들었지만, 또 그 사람들이 아니면 누가 그런 일을 할까나 싶기도했다. 공정의 대부분은 자동이라서, 사람은 중간중간과정에서 불량 테스트하는 정도의 역할이었다. 한치의 오차도없이 움직이는 기계와 여직공들의 손놀림으로 지금 내가 쓰는 핸드폰과 컴퓨터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세상이 얼마나 서로 얽히고 섥혔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공장 견학은 다소 시간이 짧아매우 아쉬운감은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기업이란곳. 실적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다수가 소수의 임원이되기 위해 야근을 일삼는 곳. 임원이 되는 것도 성공이라는 목표, 돈을 벌어 우리가족을 잘 먹여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내리는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이 사람들의 수당을 결정하고, 크게는 가정살림살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니기에는 너무 치졸하지 않은가 싶었다. 설령 내가 회사에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인이 일을 함에있어서소명을 가지고 정말 나 하나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내 직업에 있어 더 책임감있게 살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음 평생 간직 했음 좋겠다...
구미 라이프 (2009-03-21 00:00:36)
구미에서 생활한지 어연 2주가 됐다. 금요일 저녁이면 회사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올라오기는 하지만, 구미에 있는 동안은 정말 하루하루를 공장에서 일하며 보내는게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들다. 여기서 힘들다는 것은 정말 땀이 나고,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반복적이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내가 하는 일은 일본으로 수출하는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기지국 장비를 출하 전에 전량 테스트 하는 것이다. 수량도 많거니와 한 번 테스트하면 보통 20분정도 걸리기때문에 그동안 마땅히 할일이 없다. 나랑 같이 일하 는 형은 기지국의 나사를 조이고, 고무마개를 씌우는 일을 하는데 우리 둘은 소위 땡보라고 불리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이런 신세한탄?을 매일 서로에게 한다. 대화를 많이 하고 싶지만, 모여 있으면 일이 없어 노는 것처럼 보인다는 선배의 말덕분에사실같은파트이면서도 대화는 그리 못 한다. 그냥 지겨워 죽겠다는 눈빛과 하품만을 교환한다. 우리 동기 중 일부는 아주 힘든 파트에서일을 하기때문에-주말 근무에 잔업도 해야 할 정도로 할일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나의 태도는 어찌 보면 매우 개념없는 불만이다. 하지만 살면서 깨달은 것은 진정 단순 반복하는 노동이 얼마나 힘들고,정신적으로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지, 또한 할일이 별로 없다는게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구미에서 나는 하루종일 공장 안에서 일한다. 여기서 하루 종일이라함은 7시 출근버스를 타고 공장식당에서 밥을 먹고, 8시 부터 일을 시작해서 5시에 퇴근하는 삶이다. 밥먹고 퇴근해서기숙사로 오면 7시쯤이다. 그닥 긴 시간은 아닌 것 같지만 고3 이후로 이런 생활을 해본적이 없어 적응이 잘 안된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퇴근하는 사람들로 기숙사 앞은 붐빈다. 옷을 갈아입고 운동가는 나같은 사람, 혹은 당구나 탁구 치러 가는 사람, 책보러 가는 사람 각양 각색의 취미로 기숙사 정문은 쉴새없이 열고 닫힌다. 월화수목금 이렇게 살고 있다. 이번 주까지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거를 습관화했으니,다음 주부터는 운동+공부를 매일 하는 것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회사생활의 낙을퇴근후 삶에서도 잘 찾아야 할 것같다. 주중구미,주말집&서울.다소 체력적으로 왔다갔다 하느라 힘든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페이스 조절 잘 하려 한다. 며칠 전 더운 날 점심에는 장어덮밥이 엄청 땡겼는데... 아무튼 다음에 또 업뎃하리다.
ps: 우리 구미 사업장 운동장 옆 넓은 잔디밭 한 가운데에 이 아저씨(로버트 인 디애나)가 만든 조형물이있다. 보안상사진을직접찍을수는없어인터넷에서 스크랩만 해왔다. 아무튼... 뭔가 괜찮은 작품 같았지만, 내심 구미같은 촌동네에 그런 유명한 예술가 작품이 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오늘 퇴근 길에 일부러 작품 안내 표지를 찾아서 확인한 결과, 그 아저씨가 맞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무도 그 작품에 대해서 관심을 갖거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예술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이 대중에게는 그 작품의 가치를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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