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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맛보고/음악

홍혜경 리사이틀



여자친구님이 무료 티켓이 생겨서 난생 처음 소프라노 콘서트에 다녀왔다. 공연전부터 홍혜경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조수미, 신영옥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소프라노라고 한다. 



소프라노와 피아노 한대로만 꾸며진 무대여서 목소리에 집중하기가 쉬웠다. 나이가 59년생이라고 (공연중 본인이 이야기 하기로는 57년생)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거의 60을 내다보는 나이인데, 어찌나 목소리는 아직도 힘이 있고 우아한지. 정말 잘 부른다는 걸 넘어서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적합하겠다. 얼굴을 보면 세월의 흔적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눈을 감고 노래만 들으면 정말 천사가 노래를 한다면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또 82년부터 지금까지 30년동안 메트에서 단역도 아닌 메인으로 활동했다는 것이, 그 먼 미국땅에서 재능도 있었겠지만 얼마나 고생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세계 최정상의 성악가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본인에 대해서 정직하고 헛된 자존심 같은게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끊임없이 터지는 박수소리와 브라바라는 탄성들. 그리고 어느 한 부분에서는 관객들 절반 이상이 성악을 하셨구나는게 느껴질 정도로 합창을 해줬다. 나는 아직 이 오페라나 클래식쪽으로는 정말 백지 상태인지라 모든게 새로움. 10곡 정도를 불렀는데 그 중 내가 아는 곡은 한 곡도 없었다 ㅎㅎ 그런데 처음 간 오페라 콘서트였는데 세계 최고 성악가의 노래를 들어서 앞으로는 귀를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 여튼 보고나서 기분도 좋고 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에 피곤하지도 않다. 이래서 클래식을 사람들이 즐기나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품격 높은 공연 티켓을 확보하고 함께 해주고 늘 나를 아껴주는 여친님께도 감사.

ps: 평일의 예술의 전당은 공연을 안 보더라도 좋은거 같다. 적당히 분주한 공연장 주변의 카페와 프랑스 크레페, 터키 케밥, 떡볶이를 파는 간식집들. 분수 공연을 보는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