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하루/여행

리솜 포레스트 @ 제천

2014년 여름이면 가족들과 당분간 오랜기간 떨어지게 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군대 2년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 중 하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카투사로 복무해서 사실 가족의 애틋함이 신병 기간 이후에는 크지 않았다. 대학교 4년 내내 하숙, 자취, 기숙사를 전전했지만, 그 역시 주말이면 집밥이 그리워 집으로 기어들어왔던 나였다. 외로움이 커질 때 쯤이면 난 집에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년 런던으로 출국 전 가능한 가족들과 quality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싶었다. 내 인생에서 가족과 가장 오래 떨어지는 시간이 오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가족과의 추억을 쌓아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외삼촌이 절묘한 타이밍에 크리스마스 연휴를 좋은 리조트에서 보낼 수 있는 여행을 제안해서 부모님과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올해 크리스마스는 윤종신 노래 중 김연우가 불렀던 그야말로 No Schedule 이었기에...

솔직히 나는 성실하기는 하지만 매우 무뚝뚝한 장남이자 막내 아들이기 때문에,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걸 잘 안다. 살가운 농담보다는 두둑한 현찰을 쥐어드리는 편이고, 여행을 같이 가도 사실 딱히 우리가 엄청나게 웃고 떠드는 편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도 가끔씩 집에서 1~2시간 거리의 여행지라도 가서 바람쐬고, 산책하고, 밖에 밥 먹으면, 집에 돌아와서 우리 가족 모두가 생기가 도는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과 가끔이라도 특별하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게 좋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특별하게 한것 없었지만 괜히 좋았다. 리조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첫 인상은 충북 제천에 산속 깊은 곳에 아무도 오지 않을 법한 동네에 있고, 동네 주민 인적도 드물었다. 주변에 특별한 관광지도 없었다. 뭐 이런데까지 비싼돈을 주고 놀러 오지? 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다. 참 마케팅 컨셉도 절묘하게 잡았구나~! 아무것도 할게 없게 리조트를 만들어 놓고, 그걸 쉼을 통한 힐링이라는 그럴싸한 용어로 포장하다니. 처음에는 속으로 리솜 리조트의 상품기획자의 얕은 속셈을 간파했다면서 스스로 뿌듯해 했다. 그러나 그게 그 회사 담당자 전략의 성공인지, 아니면 정말 이곳이 힐링을 제대로 시켜주는 곳인지 내 눈과 귀는 점점 강남역, 매탄동에서 받아왔던 버스, 사람들의 전화소리 소음과 눈을 빨갛게 하는 컴퓨터, 스마트폰의 화면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결국 이런 곳에서 우리는 1박 2일동안 뜨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긴장을 풀었고, 먹고 마시고 서로 웃고 떠들었고, 폐까지 시리게 하는 차갑지만 청명한 겨울 하늘을 통해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며 부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고, 그리고 이른 아침 산너머 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한국 풍경에 감탄을 했다. 별게 없었다고? 아니. 오히려 주변에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큰지도보기

리솜포레스트리조트 / 콘도,리조트

주소
충북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 산 67-10번지
전화
043-649-6000
설명
-


'나의 하루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 most beautiful places in South Korea  (0) 2014.03.16
Von Voyage!  (0) 2014.02.10
San Francisco 2004년  (0) 2013.08.07
영국 출장 10/22~10/25  (0) 2012.10.27
2012.6.8~9 제자반 여행  (0) 2012.06.10